S의 연락

거의 4개월만에 S가 연락했다. 일하고 있냐면서 밤 11시반에 연락이 왔다. 일할리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답을 했다. 나 카톡은 컴퓨터랑 패드로밖에 안 써, 급한 건 문자로 보내. 그랬더니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열두시쯤 연락이 왔다. 아니 근데 난 얘한테 분명 섹스할 생각 없다고 말했는데 왜 맨날 좋은 음식점은 다 닫았을 밤에만 연락하는 거지? 뻔하지, 또 내 말은 무시했거나 까먹었을 거야. 적당히 오래 지났으니까 무뎌진 감정이 모든 것을 넘겨버릴 거라 믿었을 거야. 그런 생각이 내 맘을 흩어놓는다. 열두시의 기분잡침. 새로운 날의 시작은 바닥부터가 제격. 난 퍼자려고 화장 다 지우고 침대에 누운 상태였다. 아주 옛날이었다면 새로 화장을 하고 나갔을 것이다. 아마 그 때의 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 난 잘 거야... 라고 답했고 그는 잘 자라고 했다. 그를 만나는 게 기대되지가 않는다. 그가 뭘하고 사는지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 그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도, 자랑하고 싶은 것도 없다. 너무 무관심해서 그에게 '왜 여태껏 사라지지 않았어? 그게 자연스러운 건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증오하지도 않는다. 사랑받든지 미움받든지 그 모든 역할은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피곤해. 조만간 모든 일이 마무리된다. 칠월 말이면... 그 땐 번호를 바꿀 거야. 그리고 어떤 사적관계도 나를 흔들지 못할만한 작은 왕국에서 살 거다. 친구들과 과거를 더 현란하게 욕하며 각자의 미래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현재의 행복을 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니야. 적어도 얘 연락 온 날은 아니야. 그리고 오늘은 어쩐지 우울하다. 또 일주일 내에 생리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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