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 벼룩예고


1. 때려쳤다!!!! 요로로로로로롤리히히히!!!! 이사도 완료! 근데 다음주부터 또 새로운 시작ㅠㅠ이고 난 좀 댕기다가 못 일어나겠다며 또 이사를 하게되겠지.... 옛날에 교수님 한 분이 나는 절대로 책 안 사서본다고 다 빌려서본다고 이사하다가 죽는다며 엄청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셨었는데 그 때 어리고 멍충한 제자는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나는 근데 흑흑 책에 밑줄을 긋거나 플래그질을 안 하면 다 까먹는 인간이라 책을 사긴 사야함.  


1-1. 책 얘기하다가 생각난 게 있는데 나에게는 매달 10만원씩 책값을 대주는 남자가 있다. 안 만난지도 몇 개월 되었고 연락조차 안 하고 있지만 책값은 꼬박꼬박 송금받고 있다.... -.- 좀 이상한가. 참고로 나이나 벌이에서 그리 차이나지는 않음. 여기에는 나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내가 그 사람 만날 때 늘 가방에 책을 한 권씩 넣고다녔는데(그 당시 내가 가장 애용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었으며 나는 이동시간이든 뭐든 심심한 걸 절대 못 견디는 주제에 핸드폰 배터리는 또 잘 충전을 안 해놓는 사람이어서 책을 반드시 들고댕김) 얘가 내 가방을 간혹 들어주면 막 '왜 이렇게 무겁냐!'며 놀라곤 했었음. 왜 무거웠냐면 막 엄청 두꺼운 근로기준법 관련 서적 이런 거 넣고 다녔다. 그러고보니 나는 어느새 문학은 수필과 시를 제외하고는 읽지 않으며 책은 정보해결의 도구가 되었을 뿐이며 재미는 부산물일 뿐이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나 원래 소설은 거의 안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나마 좋아하던 소설들은 대체로 비문학의 특성을 많이 지녔음. 계속 말이 새는데 여튼 나는 얘를 만날 때마다 늘 가방에 책을 챙겨갔고 그러면 얘는 '책을 참 많이 읽는구나' 이러면서 뭔가 엄청 감격한- 그러나 그것을 차마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참는- 그런 표정을 짓고는 했음. 난 그 표정을 참 싫어했지.

사실 난 나한테 '넌 책을 많이 읽잖아'라면서 긍정적인 가치판단을 하는 남자들을 매우 징그럽다고 생각함. 이건 내 지하철 외길 인생과 관련이 있는데 지하철을 타다보면 남자들이 말을 참 많이 걸어오곤 했음. 요새는 지하철 안 탄지 백만년이라 잘 모르겠다. 근데 내가 딱 지하철을 타서 자리에 앉았어. 앉자마자 심심함이 몰려와. 왜냐하면 앞으로 한 시간 가만히 앉아있어야하는데 지하철은 밝아서 잠도 안 와. 그러면 가방에서 책을 꺼낼까(그 때는 얇은 소설류를 많이 들고댕김) 폰을 꺼낼까 고민을 해. 근데 앗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맞은편에 앉은 어떤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어. 근데 그 얼굴이 나한테 여태까지 번호 달라고 했던 사람들이 짓던 표정의 얼굴이야.... ㅠㅠ 그러면 나는 '시발ㅠㅠ 폰이 없는 척을 해야해ㅠㅠ' 이 생각으로 책을 꺼냄. 왜냐면 누가 번호를 물어볼 때 가장 쉽고 안전하게 거절하는 방법은 내가 정말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아 근데 제가 지금 폰을 잃어버린 상태라 새로 만들어야 되거든요. 그냥 번호를 주시겠어요?'라고 하는 거임. 진짜 이러면 얌전히 번호를 삐뚤빼뚤 써주고 내 인생에서 영영 얌전히 사라짐. 난 이 방법을 세 번인가 네 번인가 썼는데 그 때마다 너무 편하게 얘네를 보내버릴 수 있어서 좋았다. 괜히 막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중하여 진실된 대답을 해주겠다고 '싫어요'라고 한 번 답하면 막 여자가 반응하는 거 하나 건져냈다고 엄청 좋아하면서 '아 남자친구가 있으세요?ㅎ_ㅎ', '왜요?ㅎ_ㅎ', '에이 번호주세요 ㅎ_ㅎ', '아니 그냥 친구로 지내고 싶어서요ㅎ_ㅎ'  이러면서 귀찮게 구는 경우가 태반임. 그냥 폰 없는 척하는 게 제일 좋음. 특히나 같이 전철을 타고오면서 긴 시간동안 내가 한 번도 폰 안 꺼내는 걸 두 눈으로 봤던 사람한테는 이게 참 잘 먹혔던 것 같음. 폰이 있음에도 몇십분 가량 폰을 아예 안 꺼내는 상태보다는 폰을 잃어버린 상태가 더 그 사람한테는 있음직한 일이거든. 쓰다보니 상황 자체가 너무 븅신같아서 웃음이 나옴.

근데 나ㅡ중에 생각해보니까 이 새끼들이 그냥 내가 '책 읽는 여자'라서 말을 건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차라리 내가 '죽어버려라'는 표정을 지으며 마물들을 죽이는 폰게임을 하고 있었다면 그냥 날 내버려두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 같음. 이건 나중에 내가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남자들의 '평가'에서 느낀 점임. 책 읽는 거 좋아한다고 하면 '문학소녀시네요'라는 말을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나이가 몇인데 소녀... 시발..... 아니 꼭 문학소녀 뭐시기 이딴 단어 안 쓰더라도 일단 책 읽는다고하면 '얌전하고 조용하고 말없는 <여-성-스-러-운> 사람'이라고 나를 생각함. 여성스러운 사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라는 말 왜 이렇게 웃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스러운 사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어폐가 어디있단 말인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뼈저리게 알 것이다. 사람 만나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재밌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보다는 책이 더 재밌는데다가 편리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그래서 어린 시절에 그토록 몰아서 많은 책을 읽는다는 것을.... 지능이 비슷한 사람이 주변에 없을 때 어린아이는 책에 손을 뻗는다는 것을..... 그리고 책이란 것도 결국 사람이 지은 건데 대중에게 팔릴만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특히 문학소녀 뭐시깽이라고 하는 사람)보다 재밌다는 걸 대체 왜 모르냐구.... 그리고 내 취미가 책읽기라고 하면 갑자기 막 눈에 불켜지면서 자기도 책 읽는다면서 맥락없이 자기가 최근에 읽은 책 얘기하는 사람도 존나 싫음ㅠ.ㅜ 뭐랄까 막 자기가 아는 거 어떻게든 어디에 털어보겠다고 책을 수단화하는...? 그리고 막 자기가 썼다는 글이라면서 링크보내줬는데 유료사이트였을 때도 존나 싫었음... ㅠ.ㅜ 처음으로 인간을 카톡차단했던 기억....ㅜ.ㅠ 잘 지내시죠...?

아아 분노가 나로하여금 길을 잃게 했구나. 십만원에 대한 얘기를 해야하는데 너무 멀리 와버림. 어쩌겠어 계속 가야지. 여튼 난 '책읽는 여자'에 대한 망상을 가진 남자들이 몹시 싫음. 그래서 내가 책읽는다고 했을 때 '오오-' 이러면서 쓸데없이 긍정적 가치평가하는 사람도 짜증남. 막말로 내가 김훈이 썼다는 <언니의 폐경>의 광팬이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그래도 오오- 거리면서 부엉이 소리 낼 거냐구. 그리고 책읽기가 취미면 뭐 게임도 안 하고 쇼핑도 안 하고 시간낭비도 안 한다고 믿는 순수함이 너무 바보같아서 싫음. 직업과 관련된 것도 아니고 취미가 강간이나 몰카찍기도 아닌데 괜히 나 혼자만의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해 굳이 가치판단을 듣고 싶지도 않음. 그렇게 좋아보이면 지가 하면 되는 건데 그냥 덮어두고 칭찬만 하면 되겠지- 이런 것도 싫음. 아 그리고 일반책보다 잡지책은 저급이라는 편견도 매ㅡ우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너무 옛날이라 흐릿하지만 누가 나한테 '보통은 미용실 갈 때 잡지만 보는데' 뭐 이런 얘기를 해서 '????'했던 기억이 있음.

아아 싫은 남자들에 대해 쓰다가 이거 유언되겠네. 죽을 때까지 리스트 매길 수 있을 것 같음. 그러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 사람이 나한테 10만원을 송금하는 이유가 뭐냐면 '내 습관이 너무 귀해보여서'랬다. 얘는 날 진짜 좋아하긴 했음. 내 얼굴을 너무나 좋아했음. 얼마나 좋아했냐면 '내 첫사랑이랑 완전히 똑같이 생겨서 너무 놀랬다'고 말할 정도로 날 좋아했음. 여러분 다 아시죠? 사실 우리가 헠헠대는 얼굴은 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애- 처음으로 사귄 애- 그 이후로 쭉 이어져오는 데이트상대들의 계보를 보면 얼굴의 위력은 엄청남.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생겨야한다'고 내 몸이 나한테 내리는 명령임. 이거 위반하면 막 병걸리고 수명 줄어들고 인생에 마가 끼고 그럼. 농담이 아니고 언젠가는 과학자들이 논문으로 예쁘게 내줄 것이다.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음. 궁금한 사람은 구글 스칼라에 검색해보길 바람. 여튼 내가 십대때 처음으로 좋아해서 사귀었던 애랑 지금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애랑 둘이 겁나 똑같이 생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에 대한 애정이 모든 애정 중에 가장 강력함. 이상형의 꽃말은 '시발 니가 뭔짓을 하든 일단 한 번은 무조건 용서하겠다'는 뜻이며 예뻐죽겠는 애가 극악무도한 짓도 안하는데 얼마나 예쁘겠어. 막 내가 좋아하는 게 뭔가 관찰하다가 그거 더 하게 해주고 싶고 그렇지.

내가 서식지를 서울 중앙부에서 서울 변두리로 잠깐 몇 개월동안 옮길 일이 있었고 그동안 각자 바쁘기도하니 일단 만나는 걸 유예하기로 함. 일단 얘나 나나 차가 없고 둘이 스케줄이 안 맞는다는 점에서 크리티컬했음. 특히 얘는 좀 일 자체가 엄청 변동적인 특성을 지닌 애라 출장도 엄청 잦고 그러함. 둘이 그나마 서식지가 근접했을 때는 일이주에 한 번씩은 봤었으나 그게 아니면 음... 그래서 일단 유예를 두기로 함. 서울로 올라오면 연락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 일단 난 못생긴 상태로 푹 퍼져서 주말까지 이대로 쉬고 싶으므로 나중에... 그리고 얘가 못 만나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는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책값이나 보내주겠다고 한 것 같음. 몰라... 솔직히 친구들끼리 만나서 걔 얘기가 나오면 '역시 뭐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죄다 약간은 이상해'라고 귀결하며 엘리트혐오를 하고 노는데 그거야 우리끼리 그냥 과장하면서 노는 거고, 뭐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음.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근황은 커녕 여기에서 멈춰야겠다. 근황: 자고 자고 자고 또 자느라 하루를 날리고 있음.



2. 조만..........간 벼룩을 할 예정입니다. 화장품은 친구들한테 빌려준 게 많은지라 소소하게 할 것 같구 미개봉 주방용품이랑 웜톤뿜뿜하는 옷들이 좀 나올 것 같음. 낱개로 파는 건 최대한 유보하고 묶어서 팔 예정이며 그 뭐더라 나눔도 할 생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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