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한 때 내게 사랑한다- 말했던 사람들은 종국적으로 모두 사랑과는 무관한 영역, 아니 어쩌면 그것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해있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으나 동의하진 않는다. 관심이 사랑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관심을 매순간 지속할 수는 없는 거니까. 사랑이 될 수 없는, 그리고 되어서도 안 되는 감정, 다시 말해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은 바로 불평등감이다. 우월감이든 열등감이든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가졌던 관계들은 대체로 직접적으로는 '나는 쟤보다 나아', 간접적으로는 '나는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라는 혼잣말로 끝났다. 다시 말해 확실한 우월감으로 정리되었다는 말이다. 객관적인 판단에 기초한 건 아니다. 내가 따르는 규칙은 나를 위할 뿐이라 결국은 그렇게 되었다.

어느샌가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하트라든가, 이모티콘이라든가, 여러가지 사랑을 표상하는 기호들은 사용한다. 기분이 최고치로 좋다, 감사하는 마음이 최고점을 찍었다, 개인적 선호도가 크다는 표현 정도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사회적 약속들이다. 보고싶다는 말, 약속이 기다려진다는 말, 오늘도 즐거웠다는 말 등은 한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듣고 싶지도 않다. 사랑한다-는 말을 믿는 것이 두렵다. 뒤따라올 배신감에 두려운 건 아니다. 그런 건 정말로 하나도 두렵지 않다. 무엇이 두렵냐면, 믿는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알려고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는 게 두렵다. 내가 계속해서 너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지겨워지면 어떡하지. 이는 상대가 주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도 통한다. 그가 사랑한다고 믿는 나의 모습-에 그가 안주하는 것이 두렵다. 과거의 모습들에 정착하여 미래의 선택지들, 아니 그 선택지들을 떠올리는 것마저 차근차근 확실히 지워나가는 것. 그게 가장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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