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남자와 계산적인 남자 + 근황


예전에 친구와 했던 얘기가 떠올라서 적어본다.


#1.
친구를 A라고 하자. 사랑하는 나의 친구 에이. 아이패드용 새 키보드를 샀는데 한/영 변환이 불편하므로 발음대로 쓰겠다. 에이는 멍청한 남자를 사귀는 중이었다. 내가 이렇게 그 남자의 멍청함을 확언할 수 있는 이유는 두 눈으로 봐서다. 이 멍청한 놈이 나한테 내 친구가 대학 시절에 '음란한 여자'는 아니었냐고 물음. 뭐 긴 설명은 축약하고 일단 배경 설명은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친구와의 대화.


친구: 근데 확실히 그동안 학벌 좋은 남자들만 만나다가 얘 만나니까 뭔가 답답해. 대화가 안 통해. 상식도 없고 그냥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어.
나: 너 어디가서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걔가 멍청한 거야. 걔가 심하게 멍청해. 그 때 같이 술마셨던 날 너네(친구와 남친 커플) 먼저 가버리고 남은 애들끼리 니 남친 얼마나 욕한 줄 알아? 대체 걔가 뭐가 좋은 거야?

친구: 그래도 날 이렇게 좋아하는 애가 얘 말고는 없는 것 같아.
나: 걔만 만나고 바로 걔랑 사귀었으니까 그래보이는 거지. 그리고 솔직히 처음 만나자마자 너랑은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남자들 엄청 징그러워. 걔가 너에 대해 뭘 안다고 결혼이야! 얘기도 별로 안 해보고서는! 걘 그냥 연애/결혼이 무작정 하고 싶은 거고 널 좋아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너랑 제일 친한 친구들 노는 자리에 (초대도 없이) 놀러와서는 지가 사지는 않을 망정 너한테 얻어먹는 게 말이 돼?

친구: 나랑 같은 직업인 애들은 너무 계산적이야. 난 얘네같은 애들은 도저히 못 만나겠어.
나: 음... 직업 성향이란 게 확실히 있는 것 같긴 함. 근데 아무리 그래도 멍청한 남자보다는 계산적인 남자가 나아. 야 진짜 일단 니 남친이랑 빨리 헤어져. 너 걔랑 결혼하면 나 니네 회사 앞에 가서 일인시위할 거야.
친구: 그치만 얘처럼 날 좋아해주는 애도 없다니까.
나: 그냥 그거 걔보다 너가 객관적으로 백 배 나아서 그래. 내가 니 친구라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래.

친구: 난 그동안 계산적인 애들한테 너무 많이 까였어. 차라리 멍청한 남자가 나아.
나: 멍청한 남자는 계산 안 하는 줄 알아? 걔도 다 계산해서 니 앞에서 기는 거야. 걔딴엔 너만큼 괜찮은 여자 절대로 못 만나니까. 근데 심지어 멍청한 애들은 지가 얼마나 기어야할지 계산도 못 해서 사귀다가 너 막대하잖아. 나 진짜 니가 그 날 카드 긁는 것 보고 어이없었던 거 알지?
친구: 아 몰라. 넌 계산적인 남자가 무조건 낫다는 거야?
나: 사람이면 누구나 계산을 하고, 주관적 만족감은 결국 자기밖에 계산할 수 없는 거야. 자기가 뭐에서 만족을 얻는지 잘 모르는 멍청한 애들은 결국 좋은 것도 막 대한다고. 차라리 똑부러지게 계산하는 애들이 나아.
친구: 니가 소개팅에 나갔어. 근데 남자가 널 머리부터 발 끝까지 하나하나 다 뜯어서 숫자로 평가해. 그런 남자가 차라리 낫다고?
나: 어. 왜냐면 그런 남자는 결국 확실히 날 선택할 거거든. 물론 안 만나봤지만.



#2.
그렇게 나는 주구장창 친구 남친의 멍청함을 동네방네 욕하고 다녔음. 만나는 걸 뜯어말릴 수는 없지만 '결혼만 안 하면 되지 뭐, 그래' 이러면서 비아냥댔음. 그리고 드디어 친구의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짐. 그 계기는 그 멍청한 남자가 자격지심까지 있어서 친구랑 뭐 얘기하다가 친구가 맞는 말 하면 맥락도 없이 "그래, 너 똑똑해! 넌 대학도 어디고 직업도 뭐고! 그렇다고 사람한테!" 막 이랬다고 함. 이 멍청이 새끼가 끝까지 멍청한 짓을....


#3.
결국 친구는 헤어짐. 그리고 나에게 "앞으로 나 절대로 멍청한 남자 안 만날 거야"라고 토로한 뒤 그토록 싫어하던 동종업계인들을 물색하고 있음. 멍청한 남자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게 만들어주다니 그들에게도 나름의 존재 의의가 있나봐.




+ 근황 잡설.

1) 여기저기서 이 일 저 일 같이하지 않겠냐고 문의가 들어온다. 하나는 전혀 무관심한 영역이라서 일단 보류놨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나름 괜찮은 것 같기도?' 이런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듣자마자 관심 있으니 좀 더 조건 정확히 알려달라고 했음. 또 다른 하나는 음... 좀 헬일 게 보여서 그냥 다른 사람한테 넘길 것 같음. 어찌됐건 이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지. 타이밍이 너무 좋다. 백락이 있어야 천리마도 있다는 말이 떠오르고.

2) 근데 또 이사가야할지도 모르겠고 머리가 터진다... 나 진짜 이사하는 거 너무 싫어 힘들어ㅠㅠ 그나저나 언젠가 광화문쪽 살아보고 싶음. 광화문, 경복궁, 시청 이 쪽 갈 때마다 너무 좋은데 내가 갈 일이 거의 없어서 슬픔ㅠㅠ 언젠가 거길 서식지로 삼을 수 있을까?

3) 조만간 떼였던 돈 들어오니 술 마실 거다. 술 없이 겁나 오랫동안 잘 살았는데 탄핵절에는 술이 미칠듯이 땡겨서 미칠듯이 처마시고는 그 이후로 계속 땡겨서 틈만 나면 술 생각을 함. 맥주 말고 빨리 취하는 술 먹고 싶음. 깡소주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건 일품진로 + 토닉워터 + 레몬 + 얼음 쭉쭉 마시는 건데 다음주에 꼭 마셔야지 꼬오오오오옥.

4) 술- 술- 술하니 밤 얘기. 친구랑 살 빼고 클럽 가기로 했음. 둘이서 함께 놀던 시절을 돌아봤는데 너무 얌전하고 조용하게 놀아서 예쁘게 차려입은 사진도 없고 슬펐음. 그래서 적어도 5월까지 목표체중 찍고 야하게 입고 클럽 가기로 했음. 라운지도 가보고 싶음!

5) 보고싶어요!!! 이번주 일요일까지 연락 안 오면 맘정리 싹 깔끔하게 하고 내가 걔의 어떤 점이 맘에 들었는지 구구절절 눈물의 회고록이나 써야지... 벌써 얼굴도 가물가물하고 목소리도 가물가물해.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더 보고 싶다.


덧글

  • 요이 2017/03/18 09:48 #

    계산적인 거랑 약은 거랑은 구분해야죠. 저도 계산적인지라 계산적인 남자도 환영이고요.
    경험상 사람은 똑똑해야 말도 통하고 개념 탑재했을 가능성도 높아지더라구요. 좋은 학교나와 좋은 직업 괜히 가진 게 아닙니다. 전 저보다 학벌 낮은 남자는 못 만나요.
  • 희비 2017/03/18 13:36 #

    똑똑하면 남들보다 인정받는 위치에 가게 될 확률이 높아지지만, 좋은 학교(??)/좋은 직업(???ㅋㅋㅋ) 가졌다고 똑똑함을 담보하진 않죠. 같은 학교 나와도 빻은 놈들 정말 많았고요(한두문제로 학벌 갈리는 그깟 수능 따위로 지능 서열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과마다 커트라인 들쭉날쭉인데 학교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것도 이상하고요, 경제적 이유로 대학서열 다운그레이드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입시 제도 자체가 개인의 성향/노력만으로 결정되는 영역이 절대 아니니까요. 또 일생 한시기의 과정으로 그 사람 전체 삶을 해석할 필요도 있나싶고요) '좋다고 인식되는 직업군' 중 특유의 빻음문화란 것도 있고, 좋은 직업과 좋은 직업인은 별개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멍청하다고 욕하는 부류는 아무 궁금증도 고민도 철학도 자아도 없는 주제에 자기랑 가장 가까운 관계(심지어 자기가 선택한 관계)인 사람을 존중하는 법 모르는 사람입니다. 여자가 자기랑 사귀기 전에 다른 남자를 많이 사귀면 음란하다고 낙인찍고, 상대가 맞는 말을 할 때 일단 입 닥치고 자기한테 져달라고 징징대는 부류. 그러니까 맨날 차이지 등신아... 여튼 학력/학벌은 정말이지 아무 상관 없고, 직업은 자신이 인생에서 중시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볼 수 있는 영역이니 연애 상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네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실함을 증명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뭐 함께하기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전 학벌이고 뭐고 상관 없고 얼굴 내 취향에 멍청한 소리만 안 하는 남자면 됩니다. 근데 그런 남자가... 말 못하는 남자 말고는 아직 못 만나봤어요. 다 어딘가 한 군데는 멍청하거나 둔감해요.
  • 요이 2017/03/18 14:02 #

    요즘은 학벌 본다는 게 단순히 학교 이름 보자는 얘기는 아닌 걸로 알아요. 저 또한 학벌 낮은 남자 못 만난다는 거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거 아니고요. 제가 높게 사는 건 그 정도 노력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과 근성이죠. 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아는 근성에 대한 찬사라고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차피 빻은 사람은 어딜가나 있는 거고 전 그 중에 높은 확률로 '빻은 사람이 적을 것인' 풀을 선택한 거예요.
  • 희비 2017/03/18 14:21 #

    네 그렇군요. 원하는 걸 얻어내는 근성은 분명 매력포인트죠.
  • 2017/03/19 10: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3/19 19:3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3/19 23: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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