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3 오늘의 지름: 평온한 일요일의 시작


약속이 취소된 일요일. 쉬는 날마다 원칙처럼 하는 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에서 조금 떨어진 빵집에서 빵을 잔뜩 사는 것이다. 그리고 길을 건너 또다른 빵집에서 조각케이크를 산 뒤 그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이스커피 두 잔을 테이크아웃 해온다. 씻으면 안 된다. 그러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어 버리니까. 그건 긴장감을 뜻하니까 안 된다. 세수도 안 하고 모자만 쓰고 헐렁한 원피스를 입은 뒤 밖으로 나가서 이 모든 일을 비몽사몽으로 끝내야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여전히 멍한 상태로, 가위를 이용해 빵들을 한 입 크기로 자른 뒤 큰 접시 위에 마구 쌓는다. 케이크는 예쁜 접시 위에 올린다. 기분에 맞춰 코스터를 고르고 그 위에 커피를 놓는다. 잘 먹겠습니다- 속으로 생각한다. 포크를 이용해 무스케이크를 한 술 떠 입 안에 넣는다. 그러면 안녕 좋은 하루- 이제 진짜 하루의 시작이야.


- 동네 제과점에서 빵들 8,000원
- 그 건너편 베이커리에서 조각케이크 6,000원
- 커피체인점에서 아이스커피 5,100원

평온한 공휴일,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의식에 치르는 비용 20,000원 안쪽. 행복하다.

특히 오늘은 처음 시도한 무스케이크에서 새로움을 발견해서 너무 좋았다. 일본의 나가사키 카스테라처럼 케이크 밑바닥에 설탕별을 총총 박아놔서 부드러운 와중에 입에서 잘근잘근 씹히는 질감이 있다. 먹는 사람 심심하지 말라고 이런 것도 해놨나봐. 하지만 무스가 생각보다 너무 달아서 이 케이크는 다시 안 먹을듯?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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